2020년 6월 12일 금요일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한 그림자정부의 치밀한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전역을 휩쓴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불과 5개월 남은 2020년 대선 판도를 흔들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기점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문제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부터 의회의 탄핵 추진, 코로나 방역 실패와 실업률 증가 등 숱한 악재를 만났지만 재선 전망에 근본적 타격을 입은 적은 없다. 경제 호조에 보수층의 확고한 지지, 현역 대통령 프리미엄 덕이었다. 그러나 플로이드 사태라는 돌발 변수가 상황을 바꾸고 있다.


최근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뚜렷하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트럼프가 언더도그(underdog·지는 후보)가 됐다" "지금 당장 대선을 치른다면 트럼프 필패"라고 할 정도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ABC·워싱턴포스트의 전국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율은 53%, 트럼프 대통령은 43%였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3월엔 바이든이 2%포인트 앞섰는데 10%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몬머스대 4일 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격차는 4월 4%포인트에서 이번에 11%포인트로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대선 향방을 가르는 경합주(州) 판세다. 트럼프는 2016년 자신이 승리했던 경합주 6곳 모두에서 바이든에게 밀리고 있다. 트럼프가 우세를 놓치지 않던 노스캐롤라이나마저 뒤집혔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가 지난 4일 가장 치열한 경합주를 추려 애리조나·오하이오·위스콘신만 조사했는데 트럼프 전패(全敗)로 나왔다. 또 퀴니피액대가 보수 텃밭 중 최대 선거인단을 가진 텍사스주를 조사했는데 트럼프 44% 대 바이든 43%로 오차 범위 내 접전이었다. 40년 넘게 보수 후보만 찍어온 텍사스 민심이 이 정도라면 실제 선거에서 트럼프가 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 정계에서 비공식적으로 들여다보는 선거 지표 중 하나가 도박 회사들의 베팅률이다. 그간 바이든이 지지율에서 앞서도 베팅은 늘 트럼프 쪽이 우세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 바이든이 처음 베팅에서 트럼프를 앞서더니 5일 현재 50.0% 대 45.8%로 격차를 벌렸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11월 하원과 상원,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승리 확률이 각각 71%·50%·50%"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렇게 된 건 트럼프의 경제 실적에 힘을 실어줬던 중도층이 이탈한 데다 '보수 가치 수호'란 명분으로 그를 지지한 보수층 내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트럼프는 플로이드 사태 직후 시위대에 "폭도" "쓰레기"란 막말을 하고, 군(軍) 투입을 거론하다 거센 역풍을 맞았다. 그간 트럼프가 뿌린 인종차별 언사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 반면 일부 과격 시위는 잦아들면서 보수층조차 반(反)트럼프란 주류의 정서를 거스르기 힘들게 됐다.



특히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3일 "트럼프는 내 평생 보지 못한 분열적 대통령"이라고 비판하고, 현직 국방장관이 군 동원에 항명한 사건이 결정타였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보수층은 군에 대한 존중으로 뭉치는 경향이 강한데, 군과 정계의 신망이 높은 매티스의 분노가 트럼프와 공화당을 갈라놓았다는 것이다. 4일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공화당의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등이 매티스에게 가세했다.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까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릴 경우 보수 민심은 '극우 대(對) 양심적 보수'로 갈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의 아성과 같던 보수 기독교계도 흔들린다. 트럼프가 1일 성경을 들고 시위대 진압을 주장하자 보수 교계의 스타인 팻 로버트슨 목사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백인·복음주의 기독교인의 트럼프 지지율은 지난 3월 77%였으나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62%로 떨어졌다



* 미국 대선을 1년 남겨둔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유례없는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끈 트럼프의 재선은 따놓은 당상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후로 터진 코로나 사태와 이로 인한 실업율의 증가가 트럼프의 재선 가도를 어둡게 만들더니, 급기야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의 재선이 힘들 수 있다는 언론들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견고하던 트럼프의 지지기반을 한 번 흔들고, 여기에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빌미로 전국적인 소요사태를 일으켜 정권교체에 대한 분위기를 만든 뒤, 언론들이 앞다투어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니 트럼프가 4년 전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었던 지난 대선의 모습이 생각나는데, 당시 모든 언론들의 예측과 반대를 뒤집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트럼프가 이번에도 또 다시 그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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